세계적 식량가격 폭등의 위기(1)
저자: BBC
▲50년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미국의 옥수수밭은 황폐화되었습니다.
물이 없다면 농작물은 자랄 수 없고 사람들은 식사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2012년에는 물이 부족했습니다.
미국정부는 2012년에 50년만의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러시아의 광대한 토지는 강수량 부족으로 땅이 갈라졌고, 인도는 건조한 우기를 보냈습니다. 또한, 2012년 초 남아메리카 지역의 강수량은 예상에 훨씬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곡물의 수확량이 크게 줄었고 몇몇 곡물의 가격은 2008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2008년 세계식량위기 때의 곡물가격은 12개 국가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유엔정상회담까지 열렸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2012년의 강수량 부족은 또 다른 물가 폭등이 곧 찾아올 것이라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가중시켰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많은 지역에서 더 이상 주요작물로 취급되지 않는 옥수수의 생산에 쏠려있었습니다. 곡물가격이 안정되기 위한 옥수수의 연간소비량 대비 적정 재고량은 25%이지만, 2012년 당시 미국의 옥수수 재고량은 기준치에 훨씬 못 미치는 6%에 불과했습니다.
아시아의 곡물 생산량이 급락하며 대두 생산량도 함께 감소하였고, 몇몇 국가에서는 그 감소율이 50%에 달했습니다.
▲출처: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08년의 세계식량위기나 2010년에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식품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을 때만큼 식량가격이 심각하게 치솟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에 동의했습니다. 식량가격은 예측과는 다르게 책정되기도 하고, 사람들이 우려했던 만큼 수확상태가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기존의 우려와는 달리 재고 상태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요 공급자들, 특히 러시아가 이전에 식량가격 상승을 유발했던 수출금지와 같은 정책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독립국가연합(CIS: 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의 회원국인 러시아(Russia)와 카자흐스탄(Kazakhstan), 그리고 비공식 회원국인 우크라이나(Ukraine)는 세계 최대의 밀 생산국에 속하기 때문에, 이 국가들이 수출금지와 같은 제약을 두면 전세계의 곡물가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식료품유통연구소(IGD: the Institute of Grocery Distribution)의 수석 경제분석가인 James Walton씨는 “대규모의 곡물생산자들은 가뭄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더라도 수출계약만큼은 반드시 이행하고 있습니다. 만약 러시아나 중앙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경제를 뒤흔들려고 했었다면 이미 수출을 금지하고 있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2011년에 설립되어 세계의 주요 식량공급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식량문제에 대한 토론의 장의 역할도 하고 있는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 the Agricultural Market Information System)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UN Food and Agriculture Organisation)의 선임 경제분석가인 Abdolreza Abbassian씨는 “각국의 정부들은 시장경제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덕분에, 곡물의 생산량과 재고량 모두 2008년의 상황만큼 심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전의 경험 때문에 사람들이 다소 민감해졌을 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Abbassian씨의 말에 따르면, 2012년의 고르지 못한 수확량에도 불구하고 쌀이 부족하지 않았고, 밀의 재고상황 역시 2007년도의 재고상황 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또한 Walton씨는 브라질의 설탕 수확량도 예상보다 훨씬 괜찮았으며 중국도 전반적으로 좋은 농작물 재배기를 지냈다고 덧붙였습니다.
Abbassian씨는 또한 바이오 연료로 인한 식량가격 상승의 위험이 적었다고 말했습니다. 2008년에 석유가격이 최고치에 오르며, 바이오 연료와 같은 대체연료에 대한 수요의 증가는 당시 세계식량위기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옥수수와 설탕은 바이오 연료의 주재료입니다. 미국에서는 전체 옥수수 생산량의 40%가 에탄올을 만드는 데에 사용될 정도입니다. 2012년에는 석유가격이 지난 2008년의 최고치보다 훨씬 낮은 데다가 바이오 연료의 재료로 사용되는 곡식의 양이 적어지고 있다고 유엔(UN)이 전했습니다.
앞서 말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세계식량위기가 재현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두려움은 과장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은행(The World Bank)의 수석 농업경제분석가인 Marc Sadler씨는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은 식량가격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2012년의 상황은 2008년 세계식량위기와는 다르다고 모두가 말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식량가격이 2008년과 2011년의 수준까지 치솟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하여도, 여전히 2012년의 식량가격은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높은 수준에 속합니다. 그리고 식량가격의 근본적인 상승요인도 아직 남아있습니다. 더욱이 세계인구와 개발도상국의 중산층이 급속히 증가하며 고단백곡물에 대한 수요는 더욱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 비용이 증가하며 곡물을 생산하는 데 비용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때문에 곡물가격은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정부들이 농업정책을 개편하고 농민들에게 주는 보조금을 삭감한 이후로 유제품이 풍부했던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21세기가 된 이후로 세계 곡물 재고량은 크게 감소했습니다. 밀의 재고량은 거의 3분의 1, 쌀은 40%, 옥수수는 절반 가량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줄어든 곡물 재고량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Sadler씨가 말한 것처럼, 풍년에도 우리는 오직 소비수요를 만족시킬 만큼의 식량만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판매 이윤은 점점 줄어들었고, 식량공급은 2012년의 극심한 가뭄과 같은 재해에 쉽게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상기후는 앞으로 더욱 흔히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후변화는 전문가들이 지겨워 할 정도로 사회에 많은 피해를 입혀왔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기온의 상승이 강수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기온의 증가가 정말로 날씨에 영향을 미친다면 예측하기 힘든 이상기후는 계속될 것입니다.
가장 큰 난관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은 식량가격에 더욱 예민합니다.
서양의 선진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식량가격의 변동에 비교적 영향을 적게 받을 것입니다. 선진국에서 생산되는 식료품에는 가공되지 않은 재료가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식빵 한 줄의 가격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습니다. 오히려 곡물가격의 상승은 육류의 가격에 더 뚜렷한 영향을 미칩니다. 1kg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서는 5kg의 곡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Walton씨의 말에 따르면, 2012년 이전에 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우리가 당연시 여기곤 했던 낮은 식량가격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먹을 것은 계속해서 제공될 것이지만, 식량가격이 낮아지는 것을 기대하진 마십시오.”라고 Walton씨는 말했습니다.
식량가격 상승은 개발도상국의 빈곤층에게 더욱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개발도상국의 국민들은 요리를 하기 위해 가공되지 않은 식료품을 구입하고 소득의 많은 부분을 식료품 지출에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Sadler씨는 “전세계 인구는 머지않아 90억 명을 넘어설 것이고 모든 사람들에게는 식량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이 굶지 않게 만드는 것이 21세기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식량문제는 우리가 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숙제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체 식량 생산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으로부터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농업에 많은 투자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농업에 대한 적은 투자는 인류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